『진보의 미래』. 노무현


노무현. 애증이 교차하는 이름이다.
그 덕택에 많이 웃기도 울기도 했다. 이제
가고 없는 사람. 그래서 더 맘이 심란하다.

1. 
『진보의 미래』. 이 책을 기획하며 승부사 노무현은 조용한 반격을 시작했을 지 모른다.
재임시 워낙 인기없었던 전대통령이라 민감한 사안에 입장을 표명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, 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의심되는 상황에서, 노무현은 그래도 이 땅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, 진보세력의 내일을 위해 뭔가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.
'우리는 왜 실패하였는가'를 곱씹으며, '진보'세력의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자문하며 수구세력에게 붙잡힌 국민의 의식을 되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, 그리고 그 역할을 다른 누가 아닌 자신이 해야 한다고 독불장군 노무현은 생각했을 것이다.

『진보의 미래』는 그런 고민과 연구를 더욱 심화시킨 후 다듬고 다듬어서 나와야 했을 책이다. 이 책을 계기로 좌파와 다른 현실적인 진보세력의 논리들을 생산해내고, 이를 통해 다시 한국에 진보의 시대를 일구겠다고 포부를 밝혔을 그는, 이제 이 땅에 없다.
애초의 그의 포부와는 달리 반격은 책이 아닌 자신의 주검으로 이뤄졌다. 그리고 서전은 승리한 듯 보였다. 허나 그가 간 지 반년이 지난 지금,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.

2.
책의 내용으로 들어가
신자유주의 일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'노동의 유연화'와 '복지(세금)'에 대한 문제만 놓고 보수세력과의 대결점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'자본주의 사회에서 맑스틱 하지 않고서 진보적이다라고 부를 수 있는가', '노무현이 주장하는 진보는 과연 기존 좌파그룹보다 현실성 있다고 할 수 있는가'하는 의문은 계속남는다.
솔직히 말해 책의 내용을 제목처럼 '진보의 미래'를 중심으로 해서 봤을 땐, 솔직히 뭐 특별한 것이 없다. 그냥 아는 이야기들, 다른 책에 있는 이야기들.

하지만 스스로를 좌파라고 했던 참여정부에서 왜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, 파병을 추진하고, 양극화가 심화되었는가하는 의문에 대해 그 수장으로부터 책임있는 의견을 듣는 기회라고 생각하면 이 책은 참 값진 책이다.
이 책을 읽고 나니 정권의 수장으로서 그가 가졌을 고뇌와 어려움을 '좌파 원리주의자'인 나도 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.

건방진 말이지만,
노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며 흘렸던 눈물이 내가 보낸 화해의 메시지였다면, 이 책은 그가 답례처럼 보낸 화해의 손길처럼 느껴졌다. 그렇다고, 완전히 화해한 건 아니다.

by surplus | 2009/12/14 01:41 |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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